본문 바로가기
서평

살인자의 기억법 : 연쇄살인자의 기억의 파편들

by 비케이(bk) 2022. 5. 27.
반응형

1. 등장인물 소개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야기를 이해할 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 소설 속 주요 등장인물은 3명입니다. 나(김병수), 은희, 박주태, 안형사 4명이 이야기를 주도해 나갑니다. 

나(김병수): 책 속에서 기록하는 시점은 김병수가 70살인 시점입니다. 김병수는 수의사였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가족을 폭행하던 아버지를 살해한 것을 시작으로 사람들을 살인하게 됩니다. 그는 살인을 멈추고 현재 살고 있는 동네에 안착합니다. 문화센터에서 시를 배웠고, 그의 경험을 사실대로 기록한 시로 시 선생에게 칭찬을 듣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의 시가 좋다는 누군가의 연락으로 시집을 낸 이후에는 시인으로 불리게 됩니다. 그는 은희 엄마를 살해한 이후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 이후부터 살인을 멈추게 됩니다. 몇 차례의 뇌 수술이 그에게 변화를 일으킨 것 같다고 그는 기록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알츠하이머가 찾아옵니다. 책은 김병수이나 나의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한 기록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은희: 김병수가 입양한 딸입니다. 김병수는 은희의 엄마를 마지막으로 살해하고 살인을 멈췄습니다. 은희 엄마가 죽기 전 은희만은 살려달라고 이야기했고, 김병수는 그 말을 지키기 위해 은희를 자신의 딸로 입양하여 키웁니다. 은희의 직업은 식물을 연구하는 연구원입니다. 은희는 김병수가 자신의 친 아버지가 아닌 사실을 중학교 때 알게 됩니다. 김병수는 그 시점부터 은희와 친밀감이 떨어졌다고 기록합니다. 그렇지만 은희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를 정성으로 보살핍니다. 그런 그녀에게 한 남자가 다가옵니다.

박주태 : 김병수가 사는 동네에 연쇄살인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 박주태도 동네에 등장합니다. 그는 커다란 사냥용 자동차를 타고 처음 등장합니다. 김병수는 그의 차를 보고 놈이 살인자일 수 있다고 직감합니다. 개조된 사냥용 트럭에서 피 냄새가 진동했고, 그 피는 동물의 피일 수도 있지만 사람의 피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김병수는 생각합니다. 그런 그가 은희에게 다가옵니다. 은희는 박주태와 결혼을 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김병수는 박주태가 은희를 살해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살해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계획을 세웁니다.

안형사: 어느 날 김병수의 집에 경찰대 학생들과 안형사라는 형사가 찾아옵니다. 안형사는 김병수가 과거 연쇄살인마라고 의심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김병수가 과거에 살인을 했다는 사실을 떠보기 위해서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2. 살인자의 기억법 : 살인자가 치매에 걸린다면?

젊은 시절 연쇄살인마가 나이가 들어 치매에 걸린 노인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제가 생각할 때 이런 질문에 호기심을 가지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시작부터 엄청난 훅으로 시작된다고 생각됩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픽사 스토리텔링에서 본 것처럼 이야기를 시작할 때 훅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훅이란 사람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한 미끼를 의미합니다. 제목인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1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한 연쇄살인범의 기억 노트의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연쇄살인범이 나이가 들어 치매에 걸린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그가 자기보다 어린 연쇄살인범을 마주하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까? 하는 생각은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를 놓지 못하게 합니다. 소설을 처음 구상한 작가님의 아이디어가 정말 번뜩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더 몰입감 있게 만드는 데는 짧은 문체도 한몫합니다. 짦게 짧게 이어지는 살인자의 기억과 그의 메모들은 가독성을 높입니다. 정말 우리가 김병수가 되어 그의 기억을 한 줄 한 줄 곱씹어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마지막 반전에서 우리는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빠른 호흡으로 달려왔던 소설은 갑자기 급정지하면서 우리에게 카운터 펀치를 날립니다. 저도 마지막 부분에서 한 방 제대로 맞고 소름이 끼쳤습니다. 왜 김영하 작가님이 천재적인지를 짧은 소설 한 편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3. 기억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기억이란 무엇일까요? 이 책은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연쇄살인마의 기억의 조각들이 자극적으로 우리의 가슴에 꽂힙니다. 책을 읽고, 결말에 이르러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믿을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츠하이머를 앓지 않더라도 우리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됩니다. 완벽하게 객관적인 기억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고 기억합니다. 인간은 그런 존재라고 생각됩니다. 동창회 등에 가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기억하는 사건과 친구들이 기억하는 사건이 미묘하게 다른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럴 때면 기억이란 것이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록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소설도 기록의 형식으로 작성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기록조차 완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매일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곱씹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기록이 우리의 기억을 보다 또렷이 하고 우리가 설정한 목표를 실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면 더 그렇다고 생각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