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후크엔터테인먼트에 내용증명을 보낸 이승기
오늘 점심먹으러 가는 엘레베이터에서 사람들이 수근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오늘 이승기 음원수익 못 받았다는 기사가 나왔던데?"
"그거 안 받아도 부자라서 걱정 안해도 되요, 재벌이랑 연예인 걱정은 하는거 아님"
잉? 이게 무슨 소리지? 이승기가 음원수익을 못 받았다고?
궁금해서 뉴스를 찾아보았습니다.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데뷔 후 18년간 소속사로부터 음원 수익을 정산받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1일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이승기가 2004년 6월 정규 1집 ‘나방의 꿈’으로 데뷔한 후 18년간 음원 수익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내 여자라니까’ ‘결혼해줄래’ 히트곡을 포함해 18년간 137곡을 발표했지만 음원 수익은 0원이었다는 것이다.
디스패치가 공개한 음원 정산 내역서에 따르면 2009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이승기가 벌어들인 음원 수익은 약 96억 원이었다.
2004년 6월부터 2009년 8월까지 정산 자료는 소실돼 약 5년의 수익은 빠져있었다고 디스패치는 전했다.
이 기간은 ‘내 여자라니까’ ‘결혼해줄래’ 등이 발표된 시기다. 이승기의 소속사인 후크엔터테인먼트가 유통사에서 정산받은 금액은 약 100억 원이라고 디스패치는 추정했다.
이승기와 후크엔터테인먼트의 계약조건에 따르면 2009~2016년에 올린 매출(65억 원)의 60%, 2017~2022년까지의 매출(29억 원)의 70%가 이승기에게 가야 한다. 즉 이승기는 약 58억 원을 받아야 했지만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디스패치는 보도했다.
심지어 58억 원은 앞서 후크엔터테인먼트가 정산 자료를 유실했다고 밝힌 5년간의 기간을 제외한 금액이다. 뿐만 아니라 디스패치는 이승기가 정산과 관련해 소속사에 문의했지만 소속사는 이승기에게 ‘넌 마이너스 가수’라며 정산할 금액이 없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승기는 최근 이러한 내용과 관련해 후크엔터테인먼트에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후크엔터테인먼트는 이와 관련해 “이승기 씨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았고, 그에 따라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답변을 준비 중”이라며 “쌍방 간에 오해 없이 원만하게 문제를 마무리 짓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동아닷컴은 후크엔터테인먼트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후크엔터테인먼트는 이승기와의 갈등 문제를 비롯해 최근 압수수색 등이 진행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1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후크엔터테인먼트 사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소속 배우 박민영의 전 연인 강종현 씨가 있던 상장사 3곳에 대해 경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과 관련됐다는 추측이 나왔지만 일부 경영진의 횡령 혐의로 인해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소속사 간판 배우인 윤여정이 회사를 나갈 수 있다는 주장이 불거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승기 덕분에 큰 회사가 이승기 음원수익을 100억원 가량 지급하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뉴스였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이 회사 재무제표가 궁금하다 궁금해!!!! 그래서 재무제표를 한 번 뜯어보았습니다.
2. 재무제표로 보는 후크엔터테인먼트 최근 4년간 실적
1) 분석개요
전자공시사이트에 공시되어 있는 후크엔터테인먼트의 최근 4개년 재무제표를 확인했습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의 재무제표를 살펴 보았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회사 사정이 좋아보이지 않았습니다.
돈이 없어서 이승기한테 돈을 안준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는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하는 회사고 4년동안 모두 적정의견을 받았습니다. 감사인은 한울회계법인이었습니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분석 글에는 재무제표를 통해 제가 추측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그저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이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선에서 재미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공시내역 링크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20401001349
2) 재무상태표
a. 유동비율 및 부채비율 그리고 현금및현금성자산
4개년 유동비율을 살펴보았습니다. 초록뱀디어가 인수하기 직전까지 유동비율이 50% 내외로 좋지 않은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초록뱀미디어와의 합병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다뤄보려합니다. 2021년 기말에 토지, 건물, 미술품 등을 처분함에 따라 170억원 정도 현금을 챙겼는데, 이로 인해 현금및현금성자산의 비중이 높아져 유동비율은 2021년 기말 현재 255%로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b. 선급비용과 선수수익
자산과 부채 쪽에서 비중이 큰 계정과목을 보니 선급비용과 선수수익계정이 눈에 띄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회계에 대해서 경험은 없지만, 아마도 해당 계정과목을 이용해서 소속 연예인들에게 지급하는 지급수수료 혹은 수익에 대한 부분을 처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손익계산서의 지급수수료 항목이 매년 130억원~150억원 발생하는데, 선급비용 계정과 지급수수료 계정이 소속 연예인들 수입과 관련있는 것 같습니다.
c. 주임종단기채권과 임대보증금
주임종단기채권은 모두 대표이사에 대한 것입니다. 특수관계자 주석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권진영 대표가 후크엔터테인먼트로부터 빌린 액수로 보입니다. 특수관계자주석을 보니 임대보증금 중 15억원도 대표이사와 관련된 금액으로 보입니다.
d. 차입금
차입금을 확인하다가 이승기씨로부터 회사가 차입한 금액이 있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승기씨에게 빌린 차입금 47억 5천만원이 언제부터 존재했었는지 공시파일을 확인해 보니 2014년에 처음 빌린 돈을 2020년까지 갚지 않고 있다가 2021년에야 상환한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승기씨가 무려 8년을 그냥 봐준 겁니다. 아무리 소속사라고 하지만 8년동안 차입금을 안 갚은건 너무한 것 같습니다.
2020년까지 단기차입금은 130억원 수준이었으나, 2021년에 20억원 수준으로 감소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주석을 살펴보니 단기차입금을 일부 상환하고 장기차입금 116억원을 빌려서 그렇게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장단기차입금을 확인해보면 결국 130억원 수준으로 빌리고 있는 돈의 수준은 동일해 보입니다.
3) 손익계산서
a. 영업이익 / 영업이익률
영업이익을 보면 2018년 220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이익이 2021년 170억원 수준으로 점차 감소한 걸 알 수 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12% > 5% > 1% > -76%로 감소한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76%로 떨어진건 왜 일까요?
바로 주식보상비용 때문이었습니다. 2021년에 비경상적인 사건이 있었고, 그로 인해 140억원의 주식보상비용을 인식함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해당 비용을 보정할 경우에 영업이익률은 4%수준으로 상향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영업이익률은 감소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식보상비용은 아래에 언급할 초록뱀미디어 거래와 관련있어 보입니다.
b. 유형자산처분이익
2021년에 토지, 건물, 미술품 등을 처분하면서 유형자산처분이익 81억원이 발생했습니다.
현금흐름표 상 토지처분 167억원 등 처분하면서 유입된 현금 총액을 보니 177억원입니다.
장부가액 96억원을 177억원에 처분해서 81억원 이득을 본 것으로 보입니다. 본 영업은 잘 모르겠지만 유형자산 투자는 잘한듯 싶습니다.
c. 이자비용
이자비용이 2021년에 비정상적으로 증가했습니다. 22억원의 이자비용을 차입금 130억원으로 나누면 연 이자율이 거의 17%가까이 나오는데 이건 조금 이상한 것 같습니다. 일반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 이외에 연체이자등에 대해 지급이 된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매년 2억원 수준의 이자비용이 발생한 것을 보면, 22억원 중 2억원은 정상적인 차입금에 대한 이자라고 보겠습니다. 나머지 20억원은 이승기에게 빌린 차입금 47.5억원의 8년치 이자비용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단순히 계산해보면 20억원 나누기 8년, 1년에 2.5억원입니다. 약 연이율 5%정도 이자를 지급한 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추측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4) 현금흐름표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영업을 통해 실제 회사가 벌어들인 돈을 의미합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보면 회사가 영 상태가 좋지 않음을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18년도 33억원이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9년 (-)15억원, 20년 (-)9억원, 21년에는 (-)32억원으로 상황이 나빠집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 포인트는 당기순이익과의 괴리입니다.
회계상 손익은 장난칠 수 있지만, 현금은 장난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당기순이익과 영업현금흐름의 차이가 큰 경우에는 회사 회계처리에 대해 의심을 한 번쯤은 해봐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영업활동현금흐름과 당기순이익의 차이가 매년 10억원 이상씩 나고 있는데, 이건 재무상태표 분석 시 언급했던 선급비용과 선수수익계정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영업활동으로는 돈을 까먹고 있고, 차입금과 유형자산 처분을 통해서 부족한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3. 초록뱀미디어와의 거래?
1) 회사의 주인이 바뀌었다!
2020년까지는 최대주주가 권진영 대표였습니다. 발행주식 100%를 권진영 개인이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1년 감사보고서에서는 최대주주가 (주)초록뱀미디어로 변경되었습니다. 그것도 100% 지분을 소유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회사의 2021년 감사보고서 주석1번에는 "최대주주는 (주)초록뱀미디어이고 2021년 12월 권진영 외 23명으로부터 지분전량(10,000주, 100%)를 인수하였습니다."라고 공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초록뱀미디어 공시사항을 들춰보았습니다. 초록뱀미디어는 상장사라서 자세한 정보들이 공시되어 있었습니다.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11209000304
위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초록뱀미디어와 권진영 외 23인의 계약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2월 9일 초록뱀미디어에서 권진영 외 23인에게 주당 440만원에 총 10,000주를 440억원에 매수하였으며, 초록뱀미디어가 후크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목적은 "사업다각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라고 공시되어 있습니다.
이 거래가 있기 전에 권진영 대표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주식 1만 주 중 3800주를 이선희 이서진, 이승기 등 23명에게 주식을 증여합니다. 해당 증여 건으로 인해서 회사는 주식기준보상 회계처리를 수행함에 따라 주식보상비용 142억원과 동액의 기타자본이 증가한 것입니다. 증여받은 개인들과 권진영 대표는 2021년 12월 9일 그들의 주식을 주당 440만원에 초록뱀미디어에 처분합니다.
여기서 유명인들의 이름이 나오는데, 이선희씨는 해당 거래로 26억원 가량을 수취하신 것으로 보이며, 이서진씨와 이승기씨는 각각 15억원 가량 수령한 것으로 보입니다.
4. 그래서 결론은?
지금까지 후크엔터테인먼트의 2018년부터 2021년까지의 4개년 재무제표를 살펴보았습니다. 이승기씨와 권진영 대표, 회사 사이의 갈등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고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지만, 재무제표를 통해서 미루어 볼 때 후크엔터테인먼트의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승기 씨에게 빌린 차입금 등이 2021년 정리된 것과 갑작스레 늘어난 이자비용 등을 볼 때, 이번 사건은 예고된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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